내일 주일 점심식사는 배추국이나 겉절이가 나올겁니다.
오늘 아침에 집사님, 권사님들이 둘러 서서
손에 큰 칼 들고
그야말로 배추를 조각내고 있었습니다.
그 중에 어제 밤 늦게까지 중고등부 아이들 만찬해 주고 설겆이까지 하신 분들도 보입니다.
그렇게 배추들은 쌓여갔습니다.
실은 내일 점심친교 담당자를 대신해서 준비하시는 거라고 합니다.
조금 돈을 받고 음식을 만들어 나르는 거죠.
그리고 그 조금 밖에 안되는 수익은
선교헌금에 보태진다고 합니다.
내년 하이티팀이나 다른 일에 보태질 겁니다.
저는 이 분들이 일하는 뒷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이 불편합니다.
아니, 싫을 때도 있습니다.
이 분들은 실은 교회 밖에 나가면
전문가들로 일하시거나
계산하여 사람들을 고용하는 분들이고
이젠 후배들도 많아져 뒷 줄에 서도 되는 분들이십니다.
반찬만들어 버는 돈 정도는 그냥 기부금으로 내실 수 있는 분들인데…
미리 장보고, 새벽에 일어나고,
서서 일하고…. 하는 수고들을 하십니다.
제가 “매의 눈”으로 이제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
수고 뿐 아니라 즐거움과 정성으로 하는 게 확실합니다.
그 모습에 내 엄마, 아내,
딸의 모습이 겹쳐지면
저렇게까지 하는 수고에 몸둘 바를 모르겠고
즐겁게 일하는 얼굴들을 대할 때는
내가 전하는 복음의 크기가 훨씬 작은 것 같아
때로는 마음이 불편하고 ….
목사인 제가 품기에도 너무 큰 분들 같아 힘이 듭니다.
추수감사절에 자기 가족 챙기고
쇼핑하느라 오히려 기운이 모자른 사람들이 많은데
외로울 것 같은 가족들을 초대하고
시간을 나눈 이야기들을
퍼즐 조각 맞추듯이 펼치고…
“이런 일 하는 게 제일 좋다”며 아이들을 귀한 교회 장식에 힘을 보태는 젊은 엄마,
“어디서 더 깊이 성경을 배울 곳”을 찾는 엔지니어 집사님,
새벽예배 끝나면 교회의 전등과 히터를 다 조절해 놓고 가시는 집사님,
모두 다른 세상에 사시는 분들 같습니다.
우리가 지내는 세상은
일을 하는 쪽보다 시키는 쪽에 서고 싶어하고
내 가족, 내 시간을 지켜내는게 잘 하는 일이고,
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일하고, 놀고,
쉬고,
그리고 내가 어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분명한게 좋은 세상인데요.
같은 별에 사는데
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정반대로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.
“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 내 제자가 되고…”(요8:31)
우리 교회엔 예수님 따라 살다가
자신의 손으로, 시간으로
남들과 나누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분들은
이 세상에 살지만
다른 세상에 법칙에 사는 것 같네요.
내일 점심에 배추 먹을 걸 기대하면서….